부제: 독실한 불교도인 어머니가 기독교로 개종한 사연.
지극한 어머니의 사랑은 모든 종교의 사랑과도 일치.
나는 형님이 백반증으로 고생해온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몇 가지 사실들을 뒤늦게 알게 된 부분이 있었다.
형의 백반증이 고3 무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중2 때였다고 한다.
당시에 눈으로 표시도 안 나는데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인지라 너무 어려서 뭘 몰라도 한참 모르던 철부지여서 흰 점에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시계를 차던 형 손목에 실처럼 조그만 흰 자국이 나타났다. 형은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외관상으로 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여서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형이 말을 안 들어서 생긴 흰 줄이라고 놀렸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흘렀건만 어머니는 그 때 아들에게 던진 그 농담 한 마디를 잊지 못했다. 죄책감마저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부터 형의 백반증이 부모 탓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치료하긴 했으나 가난해서 충분하게 치료하러 다니지 못했다. 초기에 백반을 잡지 못하는 바람에 거세진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의 짐 역시 늘 따라다녔다.
어머니는 50대 중반까지 독실한 불교도였다. 그래서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산에 있는 절에 들리곤 했던 기억이 많다. 마음이 무거웠던 어머니는 늘 기도를 드리고 싶었지만 절이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불공을 드리지 못하는 것을 죄스러워했다.
그러던 차에 한 교회 집사님의 전도로 교회에 나가길 시작했다. 오로지 형님의 건강이 쾌차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으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교회가 절보다 가깝다는 이유 역시 큰 작용을 했다. 기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장손인 아버지로서는 못마땅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고향의 선산까지 모두 날리고 가산마저 모두 다 탕진한 아버지로서도 조상들 볼 면목도 없었다. 아버지 역시 고향을 등지고 살아온지 이미 오래였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설득했다. "일 년에 12번 이상의 조상 제사를 모셔왔다. 그런데 정말 조상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 그들이 계신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뵐 면목이 뭐 있겠는가, 나머지 인생이라도 좀 더 편안히 지내자, 굳건하게 믿으면 큰 아이의 병도 나을 수 있고, 당신도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하며 아버지를 설득했다.
고집이 센 아버지도 결국 어머니의 권유로 교회를 나가길 시작했다. 비록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어머니의 설득으로 매주 꾸준하게 교회에 나가신다.
그렇게 형으로 인해 시작한 개종이었지만 어머니에게는 작은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나도 천국에 갈 수 있다’, '아이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탓도 있으리라. 하지만 형과 나를 위해서 늘 기도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 교인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위로를 얻으신 것 같았다.
어머니는 형 역시 굳은 믿음으로 평온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형은 내 앞가림부터하고 나서부터 무엇을 해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니 어머니는 두 배로 기도했다. 몸이 지치고 아프신 데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새벽기도까지 나가곤 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어머니의 신심(信心: 종교를 믿는 마음)이 목사님보다 더 크다’라고 말했다. 아내는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내 말이 그리 그릇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오로지 자식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50대 중후반에 시작한 작은 믿음이다. 하지만 자식을 향한 굳건한 사랑이 신에게 투영되기 때문에 그 마음이 목사님보다 크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인간 삶에 대한 통찰이나 우리 사회와 인류를 위한 시대적, 역사적, 종교적 의식이 부족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불쌍한 한 아들을 지극히 안타깝게 여기며 사랑하는 어머니의 그 마음은 결국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믿음이나 큰 사랑과도 결국 연결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참조로 이 글은 특정종교에 대해서 비방하거나 찬양하고자 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부디 종교적 편견으로 바라보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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