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정신을 확 차릴 수 있는 잔소리 한 마디 구하는 취업준비생
안녕하세요.
정철상 상담가님의 블로그를 자주 들락거리며 많은 글들을 읽었는데요. 저도 직접 상담을 받아보고 싶어서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답변이 늦어도 좋고, 공개하셔도 상관은 없지만 꼭! 저에게 조금이라도 조언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제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요.
저는 서울소재 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20**년에 졸업하였습니다. 지금 나이는 한국 나이로 28살이고요. 경력을 적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교내 인턴십 아르바이트를 쭉 했고요,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어 주로 교내 중앙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영어학원에서 보조강사 아르바이트를 몇 개월 했고, 2009년부터 2010년 중순까지 1년 반 동안은 아주 아주 작은 출판사(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출판사입니다^^;)에서 정규직 편집자로 일을 했어요.
신생 출판사였는데, 월급도 적고 야근도 심하게 많이 하고 일이 고됐지만, 가족같이 편안한 회사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1년 반 동안을 버텼습니다. 출판사지만 직접 이름을 건 책은 2권(소설책, 철학책)이고, 초판을 천권 찍었는데 다 못 팔았고요.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서 사장님이 외주 일을 많이 끌어다가 하셨습니다.
비교적 규모 있는 학습물 출판사의 수능문제집 제작을 하는 일도 했었고, 중학교 교과서 제작 일도 프로젝트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특히 교과서는 일이 아주 아주 고돼서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 것은 예사고 밤을 샌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교과서가 검인정 심사에서 탈락하고 프로젝트도 끝나면서 회사는 점점 더 어려워졌고, 결국 3달치 월급을 못 받고 나와 버렸습니다. 그 회사는 지금 워크아웃(?)인가 뭔가 비스무리하게 구제신청을 해놓은 상태라 밀린 월급 받기는 그른 것 같고요.
그 다음 1년간은 제 전공을 살려서 도서관 취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00도서관에서 대출반납 아르바이트를 했는데요. 사서직으로 제대로 취업하려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게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서직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마침 저의 쌍둥이 언니가 서울시 사서직렬에 합격한 상태였고요. 공무원이 되니 온가족이 다 좋아하고, 저도 부러운 마음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011년에 치른 시험 3개는 준비기간 부족으로 떨어졌고, 올해 6월에 치른 시험 2개 역시 떨어졌습니다. 비록 1년 반 밖에 안됐지만(남들은 3,4년도 한다는데) 저는 정말 될 줄 알았습니다.
식구들이 제가 합격하는 꿈도 자주 꿨다고 그러고, 학원 모의고사 성적도 좋았거든요. 그런데 각각 커트라인에서 5점, 3점 낮은 점수로 탈락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러길, 5점이나 3점 차이면 별로 아깝게 떨어진 것도 아니라고 나름 위로를 해주더라고요. 동점자가 0.5점당 50명씩 있다고 생각하래요. 여기까지가 2012년 현재까지 있었던 일입니다.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할까를 계속 고민 중이고요.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1. 다시 편집 일을 한다: 교과서 편집 경력이 1년 이상 있어서 대형출판사는 아니더라도 작은 출판사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솔직히 이제는 교정보는 일이 싫습니다^^;그리고 제가 편집 일을 하기에는 창의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2. 공기업을 준비한다: 현재 토익 900점 이상 만들어놨고요. 올해 말이 만료기간이긴 한데, 다시 900이상 받을 자신은 있습니다. 토익 공부는 저에게는 좀 수월했거든요^^ 학점은 4.5점 만점에 3.69로 어중간합니다.
출판사, 도서관 외 경력은 없고요. 제가 수학을 정말 못해서 인적성 검사가 마음에 걸리는데 공무원 시험 준비하던 정신자세로 공부하면 어느 정도 점수는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별로 내세울만한 경험(예를 들면 공모전이라든가, 봉사활동이라든가)같은 게 별로 없네요. 부끄럽습니다ㅜ
3. 다시 사서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올해 말에 국립중앙도서관 7급 시험이 있습니다.
국립중앙 도서관은 매년 반드시 채용을 하는 게 아니지만 국가대표 도서관이라 모든 문헌정보학 전공자들의 꿈의 직장입니다. 채용 인원도 모르고 뽑을지 안 뽑을지 확답도 없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서 "뽑는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을 믿고 공부를 해볼 생각도 해봤습니다. 7급이면 세종시에서 근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부모님께서는 다시 시험을 보라고 하십니다. 돈벌어오라는 말 안 할 테니까 공부하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사실 공부하기가 너무 싫습니다ㅜ 컴컴한 독서실에서 혼자 지내는 생활 정말 싫습니다.
게다가 사서직은 정말 티오가 적습니다. 올해 상반기 시험도 기본적으로 6,70대 1이었고요. 제일 가고 싶었던 서울시는 125대 1이었습니다. 서울이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다른 친구들은 경기도로 주소이전을 많이 합니다. 의왕시, 안산 같은 곳은 경쟁률이 좀 낮더라고요.
국립중앙도서관은 가장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아마 이번에도 경쟁률은 100~200가까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속 사서직 준비를 한다면 올해 안으로 주소를 경기도로 옮기는 수밖에 없어요. 바보같이 서울만 노리다가 피본 경험이 있으니^^;
그런데 사실 사서직이 저한테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아르바이트 하면서 간접경험은 많이 했는데, 사실 좀 지루한 감이 있어서 안정적인 것 말고는 별 메리트는 못 느끼겠습니다.
4. 일반 사기업을 준비한다: 가장 답이 없습니다! 재무, 경영, 전략, PR, 마케팅 이런 거
정말 저와는 먼 나라 얘기 같고요. 인크루트 같은 채용공고들 보면 뭘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고, 도서관 아니면 편집 쪽만 기웃거려서 일반 사기업에서 말하는 용어들 자체가 너무 낯설어요. 역시 부끄럽습니다 ㅜㅜ
대학 다닐 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다닌 게 후회됩니다. 창피한 얘기지만, 대학 다닐 때 적응을 잘 못했습니다. 외모 콤플렉스가 심해서 친구도 적었고 소개팅, 미팅은커녕 동아리 활동도 못했습니다.
원래 전공은 언론홍보영상학부였는데 활기차고 풋풋한 동기들(그것도 돈이 많은) 틈에서 기가 많이 죽었습니다. 과에 적응을 잘 못했고요. 조용히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서 문헌정보학과로 전과를 했습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기도 했고, 사서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지금은 문헌정보학 딸랑 1개만 전공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문헌정보학이 무슨 과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천지인데...영문학이라도 복수전공 할 걸 하는 자책감이 많이 들어요.
다 핑계지요. 인정합니다...외모야 성형이라도 해서 꾸미면 되고, 친구가 적어도 나 혼자 스펙이라도 열심히 쌓을 수 있는데 말이지요. 대학시절을 무기력하게 보낸 것이 지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봉사활동도 했고, 그때보다 살도 많이 빠졌어요. 내성적인 성격도 많이 극복했고요.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친구는 지금 천재교육 국어편집자가 되었고, 쌍둥이 언니는 같은 공무원 남자친구를 사귀어 내년에 결혼을 약속했고, 아아 저만 뒤쳐진 느낌입니다.
빨리 취업을 하고 싶은데, 딱히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편집일도 싫고, 사서공무원 공부하는 것도 싫고.
음... 적어놓고 보니 제 정신상태가 문제네요. 정신을 확! 차릴 수 있게 잔소리 한마디 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답변:
졸필을 많이 읽어주셨다고 해서 감사의 말씀을 먼저 전합니다.
잔소리 해달라는 말씀에 잔소리는 하기 싫었는데요. 잔소리가 아니라 어쩌면 제 답변이 기분 나쁜 소리로 들리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솔직한 대답을 원하는 것 같아서 솔직하게 답변을 드립니다. 읽으면서 ‘정말 대책이 없네요’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자하는 것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언급해주신 선택의 대안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만족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요.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
이것은 제 상담 범위를 넘어간 것이 아닐까요. 말씀처럼 본인의 정신 상태부터 바로 잡아야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무엇부터 바로 잡아야 할까요?
전체적으로 리모델링을 다시 해야 합니다. 어쩌면 기존의 건축물, 그러니까 그동안 해왔던 생각이나 가치관이나 삶의 자세들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가장 크게는 내가 인생에서 원하고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내 삶의 방향과 목적과 목표와 비전을 수립해야 합니다.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가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방향을 수립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해봐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꿈을 찾는다면 멋진 일이긴 하지만 그것을 삶의 화두로 삼고 지금 당장 해야 될 일을 찾아야 합니다. 실제로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 외에도 자신의 행동과 마인드를 바로 잡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인데요. 부지런히 배우고 경험하고 살아나가면서 하나씩 바로 잡아가야만 할 겁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나씩 배워 나가는 겁니다.
언급한 4가지 대안 중에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 신중하게 검토를 해봅니다. 지금 당장에 실현가능성, 자신의 재능, 흥미, 적성, 성격, 근무지속성, 만족도, 안정성, 장래성 등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항목을 만든 다음에 가장 나은 대안에 집중을 해봅니다.
제가 비평적으로 독하게 언급해서 그렇지 꼭 그렇게 잘못 살아왔다고만 볼 수만 없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계신 능력에 비해 자신을 너무 낮춰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현재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사회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당당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지금이라도 행동과 마인드를 바로 잡으면 분명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어떤 환경에 놓이더라도 용기를 가지고 조금 더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세요.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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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청춘의 진로나침반>,<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가슴 뛰는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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