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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인생,사는 이야기

신(神)을 죽여도, 고통은 남는다! -故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가르침

by 따뜻한카리스마 2009. 3. 9.
 

신(神)이 있다면 인간에게 왜 이토록 큰 고통을 안겨줄까?

신(神)이 있는 것이 좋을까? 아닐까?

故김수환 추기경, <죽음의 문화를 넘어, 생명의 문화로 뛰어넘길 희망>
도올 김용옥, 김수환 추기경에게 고해성사



절대적으로 인간을 사랑한다는 하느님.

그렇게 인간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왜 이렇게 죽음과 병고의 고통을 주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충분히 들 것이다.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왜 이렇게 인간을 고통에 방치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불치의 병에 걸리거나, 가족 중에 사고로 인해 죽음을 맞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무신론적으로까지 변해버리는 신자들도 있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모두 말씀드리기 어렵다.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하느님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그것이 문제가 해결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하느님도 없고 고통도 없어지면 좋은데, 하느님은 없는데 고통은 그대로 남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하느님이 없으면 인간의 문제가 더 어려워진다.


하느님이 있다면 불평 불만도하고 넋두리도하고 한풀이라도 할 수 있다. 소설가 박완서씨가 있다. 그 분이 이런 체험을 한 적이 있다. 그녀는 사랑했던 남편을 잃었다. 그런데 1년도 지나도 않아 그 외아들까지 잃었다. 26살의 전문의 시험을 마친 전도유망한 아들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아들이었다.


얼마나 충격이 컸겠는가.
끓어오르는 분노로 당신 방에 걸려 있던 십자가를 방바닥에 내던졌다. ‘뭣 하는 거냐? 그렇게 십자가 달려 있기만 하면 되느냐?’하는 비난을 퍼부었다. 원망이 너무 큰 나머지 하느님을 죽이고 싶은 살기(殺氣)까지 느끼게 되었다. 몰인정한 하느님에 대한 살의(殺意)를. 그래서 고통스럽게 살아갈 당시에 그녀가 남긴 말이 있다.



“온종일 신을 죽였다. 죽이고 또 죽이고 1백번 고쳐 죽여도 또 죽이고 싶었던 있었던 대상이었다. 살의를 느꼈다. 그렇지만 내 살의를 받기 위해서라도 신은 살아있어야만 했다.”

 

“만일 그 분조차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살기는 살았을 것이다. 사람 목숨이 참으로 질기고 모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소설가 박완서


얼마나 절망적이었으면 하느님까지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겠는가.

 

그로 인해 그녀는 보다 깊은 의미의 신앙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도 원망과 분노로 신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더 깊게 믿게 되고, 삶도 깊어진다. 소위 영성화 된다고 말한다.


맹자님 말씀에도 이런 말이 있더라. 중대한 일을 이루기 위해서 하늘이 인간의 정신을 괴롭히고, 육체를 괴롭히고, 실패를 따르게 한다. 그러한 좌절과 고통을 통해 인내를 키우고 인간을 분발시켜서 지금까지 못하던 일도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늘의 뜻이다. 우환과 고통 속에서도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고, 평안과 쾌락 속에서 죽음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자나 맹자와 같이 동양선인들이 안빈낙도 (安貧樂道)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하늘의 뜻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의 삶은 무엇인가, 결국 인간 삶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공자님은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고 말했다. 즉, 하느님의 뜻을 믿고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어느 날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하느님은 자신이 누린 모든 영광을 인간이 누리길 희망하는 것이다.


죽음을 넘어서 하느님의 뜻과 진리의 말씀에 따라서 살아가야 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 끝까지 지켜야 될 가치는 무엇인가?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듯이 우리도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내가 봐도 시원찮은 나를 하느님은 인정해주신다. 자신을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받아주신다. 그런데 왜 내가 나를 받아들이질 못하는가?


사람들은 사람들의 조그만 잘못도 참지 못한다. 물어뜯고 헐뜯어야 시원하다. 그러다보니 상대도 상처 투성이가 되고, 나도 상처 투성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참된 의미의 자기사랑, 우리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것,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 이것이 또한 공자님의 인(仁)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인은 온 세계의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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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로 아래 글에서부터는 도올과 추기경님의 대화가 많아서 경어를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 경어를 사용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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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

추기경님 앞에서 고해성사를 해보고 싶습니다. 정말 제 나름대로 선행을 하면서 산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 정말 터무니없는 질시와 박해와 왜곡이라는 것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제게 다가옵니다. 추기경님도 그러한 경험을 겪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인격이 부족해서 그런지 견디기 어렵습니다.


사실 제가 신앙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신학대를 나오면서 특정 종교에 편향되지 않는 신앙인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과의 왜곡된 관계,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한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

강의하던 논어에 다 적혀 있던데. (하하하)


도올 김용옥 :

저는 대학 때부터 추기경님을 존경해왔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논어에 충서(忠恕)가 있죠. 충(忠)은 하느님의 마음을 말하고, 서(恕)는 이웃과의 관계인 것이죠. 도올 선생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지천명(知天命)하고, 이순(耳順)은 되셨나 모르겠네.


도올 김용옥 :

아직 이순(耳順)은 안 되었죠.


김수환 추기경:

그러면 이순(耳順)이 안 되어서 남들의 질시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아닌가. 책에 보니 이순이 되면 무슨 이야기가 들려오든 다 마음이 열려서 받아들이는 경지라고 썼던데. 쓴 것 하고, 쓸 때하고, 또 현실하고 다르죠? (하하하)


도올 김용옥 :

제가 느끼는 것은 용서라고 할까. 사랑이라고 할까. 서로 통하는 말이겠죠. 우리 사회가 저부터도 그렇고 일체 모든 것을 용서하고 살자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게 노력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그런 한계 상황이 저도 있습니다.
성직자로서도 하느님과의 어떤 관계에서 한계적 상황에 다다를 때가 있을 것 같은데 추기경님은 그러신 적이 있으신지요?


김수환 추기경:

인간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모두 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죠. 예수님도 죽기까지 괴롭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내가 남을 어떻게 받아들이지 않고 살아갈 수 없겠죠.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하느님도 참으로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겠죠. 우리는 모두 완전한 인간이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싸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이야기가 해답이나 될는지요.


도올 김용옥 :

네,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문제와 같이 종교가 복합적 양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독교, 유교경전, 불교의 가치에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추기경님의 말씀은 방송에 나가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유교경전 믿는 사람들도 추기경님의 뜻을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에 문제가 있습니다. 너무 타 종교나 진리에 대해 배타적이라는 것입니다. 전도주의와 복음주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천주실의 발문을 쓴 성호 이익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는 유대 땅에만 하느님이 선현하고, 그 하느님이 전 세계 전도하려면 얼마나 바쁘겠느냐. 그러면 우리 땅에는 천주학이 들어오기 이전에는 하느님이 없었겠느냐고 했습니다.


이익 선생은 추상적인 진리는 받아들이겠으나 천당과 지옥에 대한 우매한 잡설에 현혹되어 그르치는 않기를 바란다고 천주실의 서문에 글을 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배타주의가 기독교가 남아 있다는 것이죠.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에도 하느님이 있었던가. 하느님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에 대한 부분도 있죠.

사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제가 기독교인이라 하더라도 전도를 안 할 수없는 입장이 될 것 같은데, 추기경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수환 추기경: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오해로 인해 박해가 있었습니다. 조상 제사에 대한 부분이 그런 예가 되겠죠. 사실 천주님이 있기 전에 동양에서도 상제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나라에서도 천의 정신을 가르친 것뿐이라고 해서 임금께 상서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서로 오해가 있었습니다. 박해를 풀어달라고 유학자들이 요청했죠.
하느님은 교회 신자가 아니라고 해도 인간으로 참되게 사는 사람들은 모두 구원해줍니다.


도올 김용옥 :

정약용 선생은 성균관에서 천주교를 공부했습니다. 이에 많은 유생들이 상서를 올렸습니다. 정조의 대답은 “학생들이여 너무 지나치게 관여하지 말라. 아무리 이 땅에 사학이 날뛴다고 하더라도, 사학 잡으려 하지 말고 정학을 발현하는데 노력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학이 떠오른다면 정학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바른 생각이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조를 이은 순조를 수렴청정 하던 남인을 박해하면서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일어난 것이죠.


김수환 추기경:

정조 같으신 분이 오래 계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는 끝까지 사랑하는 것입니다. 공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서 술에 취해 위험한 처지에 놓인 일본인을 살린 이수영군이 있었죠. 저는 그것이 바로 인(仁)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제동 화재 사건에서 6명의 소방관이 희생된 사건이 있었죠. 살신성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 김기석 소방관이 계셨습니다. 사건이 있기 한 달 전에 메일을 한 통 보냈습니다. 편지에는 ‘사람이 목숨을 살리기 위해 내 목숨 던질 수 있다는 것, 나는 이것도 성직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소방관이 불 끄는 일로만 생각지 않고 자신의 일을 성스럽게 생각한 것입니다. 저도 성직자로서 부끄러운 면이 있습니다. 살신성인의 정신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런 젊은이들이 21세기 세계화를 지배하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을 살리는데 인을 행하고, 사랑을 행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엄청나게 죽음의 문화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교통사고율 세계1위, 태아로 있다가 낙태로 죽는 수가 1년에 150만 명이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국가가 없다고 합니다. 아주 불행한 이야기죠. 어떻게 해서 이렇게 생명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하는 마음이 듭니다.


호주를 지상낙원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거기서는 어린이, 장애인, 노약자, 여자,  동물, 남자라고 순서라고 합니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합니다. 인(仁)을 살림으로서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어나가야 합니다. 인을 통해서 인간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논어강좌도 의미가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생명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고와 사상, 믿음, 종교, 성향, 행동, 지역, 학벌, 학력, 재산, 직업, 나이, 국가, 피부 색깔 등을 쉽게 경시하고 상대가 일으킨 단 한 번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크게 반성해봅니다.

* 참조로 이 내용은 김수환 추기경이 살아 생전에 KBS 도올논어 특강 방송에서 하신 말씀을 발췌한 것입니다. 필자의 군더더기가 있다면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어떠한 종교적, 이념적 목적없이 고인의 선종을 기리며 순수하게 배움을 전하기 위해 쓴 글임을 밝힙니다.

이 글로 故김수환 추기경의 연재를 마칩니다. 여러분에게도 사랑과 축복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종교와 이념과 사상을 떠나서 자신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존엄하고 존귀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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