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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독서법

인간은 사랑으로 살아간다

by 따뜻한카리스마 2007. 12. 30.


아래 시는 젊은 날 감수성에 예민할 때 좋아했던 소설속의 시다.
 
슬프고 우울하고 그리고 한편으로 애절했던 그때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시다.

30대후반이 되어서야 그때 버려두었던 기억을 꺼집어 써두었던 글이다.

다시 재탕으로 우려 먹는다.

나는 우려먹기의 대왕이다.  

영원히 우려 먹을 수 있는 사랑이 이 세상에 넘쳐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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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빚어진 떡, 사랑으로

         빚어진 술, 사랑으로 만들어진

         안주, 사랑으로 만들어진 바람만

         마시고 먹는 나라.

         사랑으로 지어진 집, 사랑으로 서 있는

         기둥, 사랑으로 자라는

         풀잎, 사랑으로 숨쉬는 먼지,

         사랑으로 물들어진 종이, 그 위에

         사랑의 글씨만 씌어진 나라. 사랑의

         밥을 먹고, 사랑의 옷을 입고, 사랑의

         국물을 마시고, 기침도 사랑처럼 하는

        그런 별나라. 언제나 바뀌지 않는 사랑의

        눈빛과 가슴들이 공기처럼 흐르는, 사랑만 숨쉬는

        내 누이의 꿈속의 유리알 같은,

        그런 먼 나라.

        이 지상 늪에서 보면 언제나 저만큼 가물거리는,

        꿈꾸는 내 누이의 꿈속의 먼 나라, 머나 먼

        저쪽의 불켜진 사랑의 나라.


             - 이태수의 <어떤 사랑 나라>에서



회사 직원들에게 내가 詩를 찾기 위해서 소설을 뒤적거렸다고 하니 웃는다. ‘아니, 대표님도,,,’하는 폼새가 ‘어떻게 당신 같은 일중독자가 그런 정서적 감정을,,,’이런 표정이다-_-;;;;


이 글에는 두 사람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원래 교사로서 학교에서 교사로서 만남이 시작된다. 남자주인공은 미술교사에서 성공적인 화가로 변신한 중년 남성으로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여주인공 역시 교사에서 여성지의 잡지사 기자로 이직한 미혼 여성으로 등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스물 여덟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노처녀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세태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예전의 이야기로 들리게 하는 부분이다.


두 사람의 직업전환에서 성공적이었던 사람은 역시 미술교사에서 화가로 성공한 남자 주인공으로 보이는 듯이 보인다.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직무 영역을 더 확대하는 한편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서 성공한 것이다. 또한 그 성공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가 교사 시절부터 다른 미술 교사들과 달리 자신의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왔다는 것으로 보아서 미리 준비하고 계획해온 그의 성공적인 경력관리 전략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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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반부에 그녀가 대학시절부터 좋아하던 詩를 통해 꿈을 접지 않고 시인으로 등단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어쩌면 평범한 그녀의 변신이 더욱 훌륭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런 언급은 다소 상업적인 늬앙스가 너무 난다. 이 글을 쓸 당시에 나는 ‘영화속 직업이야기’라는 책을 쓰기 위해서 칼럼을 하나둘씩 쓰기 시작했는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여러 가지로 애로를 겪고 있던 차였다.  (이미지출처; http://blog.naver.com/mjh4488)


자기계발과 성공을 위해서 시나 소설을 접고 책을 읽던 나에게 소설 한권이 새로운 영감을 준 때문이었다. ‘문학속 직업이야기’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나의 직업의식 탓일까^^


사실 젊은 날에는 꽤나 시와 소설을 좋아했다. 습작한 시나 소설 나부랭이도 꽤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현재는 하나도 남아있질 않은 것 같다. 내 순수의 열정과 감정이 남아있지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제적인 인간으로 변하면서 포기했던 부분이 문학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도 좋은 글 한편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럴 재능이 없다는 것이 두렵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 나 혼자 읽는 글이라도 언젠가 사랑의 글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다시 들었다. 마치 오래전에 잊어버렸던 길을 되찾은 듯한 느낌을 순간적으로 가져보았다.


외국작가로서는 까라마조프의 번뜩이는 문구와 섬뜩한 괴이함을 좋아하는 한편 헤르만 헤세의 낭만적 유희를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 고전을 조금 읽기는 하였지만 한국 작가에 대해서 그리 많이 알지는 못했다. 다만 헤르만 헤세와 조금 비슷한 느낌이 나는 이문열씨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의 다소 감각적이면서도 차분하고 지적이며 조금은 냉소어린 언어적 유희와 지적 유희를 좋아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했던 젊은 날의 내 기호가 이젠 좀 더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부분의 선호 작가로 변형되었다.예를 들어 경영학의 피터 드러커나 성공학의 실용서 등으로 변환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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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끔은 문학도 다시 함께하면서 휴식도 취하고 그 속에서 나오는 인물이야기를 통해서 커리어 관리를 위한 좋은 소재들도 뽑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문학이라기 말하기에는 부족한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래간만에 문학적 유희에 빠졌다가 나온 느낌이라 유쾌하다.


내가 좋아한 이 소설속의 문구들

나는 내일이면 한 남자의 아내가 된다. 그 남자는 건강하고 쾌활하고, 아마는 성실하다.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그의 이름은 앞으로의 내 삶에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자에게 결혼은 하나의 레테(망각의 강)이다. 우리는 그 강물을 마심으로써 강 이편의 사랑을 잊고, 강 건너편의 새로운 사랑만으로 남은 삶을, 그 꿈과 기억들을 채워 가야 한다.

- p11


예술을 통한 구원이란 우리가 믿기 위해 지어낸 여러 가지 미신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믿는 것처럼, 거룩한 환상이죠. 지금 내가 힘들여 하고 있는 것은 그 환상의 지속이지만, 그것조차 점점 지탱하기 어렵습니다

-p15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결혼은 대략 다섯 가지 측면을 가진 제도로 보인다. 흔히 알고있는 대로 성(性)과 종족 보존 외에 경제적 협력과 정서 및 보험의 기능이 그 다섯 가지 측면의 내용이다.

-p17


앞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독신 여성, 정확히 말해 노처녀가 증가하는 또 하나의 원인은 여자의 선택 범위가 남자보다 좁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남자는 상대가 마음에 들면 학력이나 나이, 재산, 신분 등에 크게 구애되지 않지만, 여자에게는 그런 것들이 하나같이 큰 문제가 된다. 특히 학력의 경우가 그러해서 이 나라에서는 아직 고등 교육을 받은 여자가 그 이하의 학력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정상적인 결혼으로 보아 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남자보다 선택의 범위가 좁다 보니 자연 여자 쪽에 잔류자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p24


“이 선생은 한 송이의 꽃이 몇 번 핀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너무 갑작스러워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 있는 나를 대신해 대답했다. ”수없이 피지요. 꽃은 순간순간 새롭게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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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는 겁니다.....“

-p45  (이미지 출처; 네이버 꽃사진; whdals3313)


진부하고 엉뚱하기까지 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보고 있는 사이에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끄는 그림이었다. 둔중하면서도 엄숙한 빛을 내는 어떤 고전적인 품격 탓이었다. 한 뛰어난 화가가, 세월이 쉬 망그러뜨릴 수 없는 훌륭한 예술가가 이제 막 태어나고 있다 - 좀 당돌하지만 나는 그때 느닷없이 그런 확신에 빠졌다.

-p46


아름다움이란 그 존재만으로 하나의 커다란 베풂이죠. 꽃은 우리를 위해서 피지 않았고, 또 꽃에게는 그 자신의 생리, 그 자신의 꿈이 따로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언제든 그 꽃에 감사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름다움으로 거기 피어 있었다는 것만으로.....“

-p48


그래서 그들은 시보다도 시인(詩人)이란 말에 붙은 사이비적 요소 - 위대한 시인들에게서 이따금씩 보이는 광기, 성적(性的) 부패, 생활의 방기 따위, 탐미적이고 퇴폐적이라고 싸잡아 불려지는 것들 - 에 매혹되어 있었고 때로는 직접 실습까지 했다.

-p81


오늘에야 나는 지금껏 ‘원인 모를’이나 또는 ‘까닭 없이’라고만 표현해 온 그의 매력 가운데 하나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 같다. 그것은 그의 소년다움이다. 그의 나이와 이름이 가지는 어떤 무게에 눌려 정확하게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를 만날 때마다 느껴 오던 유쾌함과 푸근함의 원인 가운데는 분명 그 소년다움도 있었을 것이다. 한참을 얘기에 열중하다 보면 나이도 잊고 성별(性別)도 잊고, 어렸을 적의 소꼽동무를 만난 것처럼 착각되곤 하던 것도.

-p118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작가 의식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대개 미술하는 행위의 동기 또는 창작의 원동력과 결부시켜 생각해요. 물론 그 경우에 대해서도 준비된 공적인 대답은 있지요. 그러나 사적인 토로라면 역시 모른다는 것뿐이오. 내게 있어서 미술하는 어떤 본능적인 것. 굳이 이름붙이라면 기괴한 리비도의 일부 같은 것이오. 그것은 결코 이성적일 수 없고, 따라서 논리적인 언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하오. 오히려 내게도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일종의 반의식이오. 예술에의 본능적인 충동, 그 기괴한 리비도의 광기를 억제하는 반의식인 거요“

“구체적으로 어떤 거예요?”

“죄의식과 부끄러움 - 내가 쓸데없는 일에 나의 삶과 동료들으 ltodtks을 낭비하고 있다는 죄의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끄러움이오.”

-p184


더 이상 나를 속이고 당신을 속이는 것은 그만두겠소. 우리는 애초에 자유롭게 태어났고, 모든 것은 용서되어 있음을 믿고 싶소. 사랑하오. 진실로 당신을 사랑하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더욱.

-p195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스스로를 믿고 출발해 보는 것이오. 하지만 한가지 - 이성과 자제는 이제 나 홀로만의 몫이 아니오.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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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사랑이란 성적 충동이 여자에게 일어나는 형태이다.l 그러나 사랑은 이성적 사고에서가 아니라 감정의 결과로서 남을 이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단순한 성적 충동은 사랑이라고 불려질 수 없다.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인간성의 모든 고귀한 것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야비한 언어의 남용이 되고 만다. 실제로 내 생각엔 지금까지 야기되어져 온 것 이외는 어떤 것도 사랑이라고 불려져선 안 될 것 같다. 남성은 원래 사랑을 느끼지 않고 단지 성적 충동만을 느낀다. 그리고 남성에게 있어 사랑이란 원천적이 아니라 ‘전달된’ ‘파생된’ 충동이다. 즉 사랑스런 여성과의 접촉을 통해 발전되는 충동이란 이야기다. 게다가 그것은 여성에게서와는 아주 다른 형태를 띤다. 모든 자연적 충동 중 가장 고귀한 사랑은 단지 여성 속에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채로 존재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flower image', by flowerstar71)

-p272


오늘로써 10월도 다 가지만 아직도 계절은 타오른다. 타오른다. 감미롭게 또는 허망하게.

-p295


가을도 깊어 이제는 초겨울의 날씨다. 잎이 진 가로수의 앙상한 가지에 번쩍이는 무서리가 왠지 나를 쓸쓸하게 한다. 타오르던 계절의 광휘도 이제는 스러져 버리고 말았는가. 그를 만났다. 갑자기 그가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나의 신선한 열정이 식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내 심경에 어떤 변화가 온 것일까.

-p300


결국 우리가 고안해 낸 가장 훌륭한 사랑의 귀결이란 결혼밖에 없는 것일까. 그가 빠져 있는 그 참담한 고심은 기껏 그 같은 통속적인 귀결로 우리를 이끌기 위한 준비에 불과한 것일까. 하지만 싫다. 그런 통속적인 귀결은 정말로 싫다. 사랑은 그저 사랑으로 있으면 안 되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사회의 제도와 도덕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랑은 없는가.


어째서 모든 사랑이야기는 결혼 아니면 죽음과 이별로 끝나는 것일까. 어째서 모든 사랑은 행복하지 않으면 불행해지는가. 아름답지 않으면 추악해지는가 - 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p323


일산의 따뜻한 카리스마